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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우리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느니라 (로마서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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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남편의 사업실패로 서울 목동에 살던 집을 경매로 넘긴 채 빚더미를 안고 부부가 신용불량자 상태로 안산으로 오게 되었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 원짜리 방을 얻어 여러모로 낯선 생활을 시작했다. 2남 1녀 아이들은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말 나이인데, 일용할 양식이 우선이었고, 신용불량 상태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식당 일 뿐이었다. 남편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뭐든지 일거리를 찾아 쉬지 않고 일을 했다.
아이들은 사춘기를 겪을 때였고, 남편은 안정되지 못한 직장으로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고 설상가상 나는 허리를 다쳐 입원까지 하게 되었다. 심신이 지쳐갈 무렵 일하던 식당 사장님이 우리 교회 만 번 다녀볼래? 라고 제안을 하셨다. 평소에는 싫어하던 교회였지만 사장님께서 말씀하시니 거절도 못하고 한편으로는 절박만 심정으로 새벽예배를 따라가게 되었다. 그런데 내 생애 첫 예배였던 새벽예배는 내 마음의 위안이 되었고 고요한 평안이 찾아왔다. 그 후 식당 쉬는 날이 한 달에 세 번이라 교회 예배시간을 맞출 수 없어 오전 8시에 예배를 드리고 출근을 했다. 몸이 피곤하니 예배를 드리러 가서 졸기 일쑤였지만 주일성수는 물론 구역예배 참석도 힘쓰게 되었다. 감사헌금도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서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사41:8)’는 말씀이 힘이 되었다. 이에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산다는 생각에 매월 3만원을 작정하여 건축헌금도 드리게 되면서 더 이상 사채업자에게 빚 독촉에 시달리는 일은 없게 되었다. 아마도 내가 받은 첫 은혜인 것 같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니 식당 주인이 월급도 더 주고 이 돈을 모아 빚도 갚아가며 방이 3개인 지하 전셋집으로 옮길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 은혜에 감사하며 지내던 어느 날, 식당 동료의 소개로 음식점을 인수받게 되었고 남편과 함께 테이블 7개의 식당에서 1일 매출이 120만원이 될 때도 있을 만큼 장사가 잘 되었다. 나는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나 아들 명의로 했던 식당을 내 명의로 옮겼다. 세 번째로 찾아온 은혜에 감사해 하며 6년간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으며 매주 주일예배와 함께 구역예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런데 2015년부터 가게에만 나오면 머리가 아팠다. 숨이 차고 손이 떨리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까지 함께 왔는데 의사의 말대로 쉬어야 만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 일하던 직원에게 음식점을 인계하였다. 이때가 내 삶 속에서 유일하게 나를 위해 쉴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교회에서 성경공부도 하고 찬양대 봉사도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가슴에서 만져진 혹이 고대안산병원에서 유방암으로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해야 한다는데 서울의 큰 병원에서 하고 싶어 병원을 찾다가 지인이 수술했던 서울 보라매 병원에 가서 아무 때든지 상관없으니 빠른 시간에 수술해 달라고 떼쓰듯이 졸랐다. 퇴원하는 날, 병원에서 "잘 먹고 쉬다 오세요“라며 근육통, 구토, 변비, 두통 입맛이 없을 때, 입안이 헐었을 때 먹으라고 약을 한다발 챙겨 주었다.
집에 와서 안방을 혼자 쓰며 공기청정기와 함께 투병 생활이 시작되었다. 방에 있으면 슬프고 우울했고 변기에 앉으면 더 두려웠다. 이러다가 내가 죽겠다는 죽음의 공포가 밀려왔다. 그런 나의 마음을 헤아려 남편이 거제도로 가족여행을 가자고 했다. 모두가 잠든 새벽 1시, 파도소리가 내 마음을 울렸다. 죽음의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성경공부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 내가 요나의 회개 기도를 떠 올리며 기도를 시작했다. 젊을 때 지은 죄, 예수 믿기 전에 지은 죄가 떠올라 회개하며 눈물로 밤을 새웠다. 찬양과 기도 중에 "내 영혼은 여호와를 기다리며 나는 주의 말씀을 바라는 도다.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내 영혼이 주를 더 기다리나니 참으로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더하도다"(시 130 : 5~6)라는 말씀과 함께 마음의 평안이 찾아왔다.
2017년 3월 수술 후, 항암 약물치료 4번, 표적치료 18번을 하는 동안 간수치 상승으로 제 때에 치료를 못 받을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JVC 회원들의 밴드를 통한 합심 기도가 많은 힘이 되었고, 2021년 유방암 완치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식당을 그만둔 2016년, 여호와이례의 축복으로 남편이 이전에 하던 제조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2018년부터 주일예배도 참석하고 있다. 주님의 은혜로 남편의 모든 부채도 곧 해결해 주시리라 믿는다. 또한, 복을 주시되 가장 안전하고 좋은 것으로 주신다는 말씀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