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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우리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느니라 (로마서 12:5)

고훈칼럼

아버지의 묵상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훌륭한 가장은 아니셨다. 그럼에도 나는 아버지를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거지가 오면 보릿고개 때에도 식구들과 한상에 앉혀서 죽을 먹고 가라셨고, 특히 해방 후 귀국 못한 일본 거지가 오면 아버지 밥상에서 밥을 먹고 가게 했다. 날씨가 추워지던 그해 동네 젊은이들을 시켜 따뜻한 산자락 밑에 움막을 지어 헌 옷과 헌 이불을 주고 겨울을 나게 했는데 일본인 거지 시게오상은 병으로 추위를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아버지는 하루 종일 주막에서 술 드실 때면 나그네든 지인이든 술값은 선친 앞으로 그것도 외상으로 계산하셨다. 가족 생계나 일에 대해 극히 무관심하신 아버지는 병드셨고 우리 곁을 떠나 하늘로 가셨다. 가족은 가난으로 많이 불행했다. 나는 가족을 위해 희생으로 살아오신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이웃과 나누고 살아오신 아버지를 존경한다. 나는 어머니에게서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아버지에게는 사람에 대한 긍휼을 배웠다. ‘긍휼을 행하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긍휼 없는 심판이 있으리라 긍휼은 심판을 이기고 자랑하느니라’(약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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