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sanJEIL
이와 같이 우리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느니라 (로마서 12:5)
BLOG
2023년 우리 센터 다양성소통조정위원회의 첫 안건은 ‘씨름왕 김웬디의 꿈 지켜주기’였습니다. 11살인 웬디는 상록구 매화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엄마 아빠는 콩고 사람입니다. 두 분은 웬디가 태어나기도 전에 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피신해오셨고 난민인정을 받으셨습니다.
웬디는 친구들과 다른 게 없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문화에 맞춰 한국인으로 살아왔고, 자라왔으니까요.
웬디에게 또래 친구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웬디가 놀라운 운동 능력을 소유한 ‘씨름 천재’라는 것입니다. 웬디는 2년 전에 학교 체육선생님의 제안으로 씨름을 시작했습니다. 씨름을 시작한 지 단 두 달 만에 전국어린이씨름왕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 후로도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을 휩쓸었습니다. 웬디는 단기간에 어린이 씨름계의 촉망받는 기대주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친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학교의 ‘핵인싸’도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년 체전을 앞두고 슬픈 일이 벌어졌습니다. 웬디의 대회 참가가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한 가지 웬디가 한국 국적자가 아니라 난민인정자의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씨름을 진짜 좋아해요. 그런데 친구들은 다 나갈 수 있는데 저만 대회에 나갈 수 없다니까 너무 슬퍼요. 나갈 수 없다는 게 슬퍼서 울었어요.”
촉망받는 씨름 유망주, 씨름 천재 김웬디가 소년체전에 참가할 수 없는 것은 참가 자격이 ‘국민’으로만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씨름이라는 대한민국 고유의 ‘스포츠 경쟁력을 제고’시킬 뛰어난 역량을 지닌 ‘우수 선수’이지만 국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웬디는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된 셈입니다.
다양성소통조정위원회는 각 분야의 전문가인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됩니다. 위원들의 성향은 제 각각입니다. 그런데 웬디 이야기를 듣고는 모든 위원들이 의견을 같이 하셨습니다. 체육회의 형식적인 기준으로 인해 촉망받는 어린 씨름 유망주 ‘김웬디의 꿈’이 중단되게 할 수는 없다는 데 생각을 같이 했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서둘러 대한체육회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경기도에도 조례 개정을 제안했습니다. 여러 언론사에서 웬디의 딱한 사정을 취재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웬디의 이야기는 이 곳 저 곳에 알려지게 되었고 웬디는 유퀴즈온더블록이라는 유명 예능에 까지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대한씨름협회가 외국인 신분인 웬디를 정식 선수로 등록해 준 것입니다. 이제 웬디는 대한씨름협회가 주관하는 공식적인 대회에 얼마든지 출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 나선 전국대회에서 웬디는 긴장한 탓인지 아깝게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웬디는 행복하기만 합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씨름왕이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첫 걸음을 디딜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대회에는 더 열심히 해서 이길거예요. 제가 이기는 멋진 모습 보여드릴 거에요.”
씨름왕 김웬디의 꿈이 중단되지 않을 수 있게 되어서 우리 모두 기뻐했습니다. 웬디의 꿈이 더 높은 곳으로 펼쳐질 수 있을 때 까지, 우리 센터의 응원과 조력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