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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우리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느니라 (로마서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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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큰아들 효근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신체 발달이 많이 느렸습니다. 두려운 마음으로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진행했는데 효근이의 검사 결과는 뇌성마비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 결과였습니다. 지능은 2~3세 수준이었고, 시력마저 거의 잃은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차라리 죽자!” 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젖을 먹이며 효근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이 아이가 무슨 죄가 있나?’ 하는 생각에 눈물만 하염없이 흘러내렸습니다. 얼마나 울었을까요. 순간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이 세상에서는 못 고칠 병이니 차라리 하나님께 매달려 보자!” 라는 간절한 마음이 샘솟았습니다. 마침 옆집에 사는 집사님에게 무작정 나를 교회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그 주일에 교회를 처음 가게 되었습니다. 예배당에 들어가자 찬양이 흘러나왔습니다.
‘내 모든 시험 무거운 짐을 주 예수 앞에 아뢰면 근심에 쌓인 날 돌아 보사 내 근심 모두 맡으시네’
찬양 소리를 듣는 순간 저는 그 자리에서 엉엉 울었습니다. 그리고 기도가 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주님 내 짐이 너무 무거워요. 어떻게 감당하라는 말씀이신지요. 제게 마음의 평안과 효근이를 돌볼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주시옵소서.
그렇게 한참을 울고 있는데 온몸이 불덩이 같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찾아왔습니다. 주님이 함께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그 후로 저는 모든 예배를 참석하며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둘째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둘째 혜선이도 효근이와 똑같은 장애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하나님! 이 아이 만큼은 정상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았습니까? 한 명으로는 부족해서 둘씩이나…….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나도 모르게 원망의 기도가 흘러나왔습니다. 엎드려 흐느끼고 있을 때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사방팔방 아무리 다 둘러봐도 혜선이를 줄 곳이 없구나. 너에게 보낼 수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어떻게 감당 하냐고 했더니 하나님께서는 “너에게 사랑이 있지 않느냐? 바다와 같이 넓은 마음으로 두 아이를 품어 주어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 그럼 저 혼자 두 아이를 키우게 하지 마시고 하나님께서 같이 키워주세요. 저와 아이들을 이 세상에서 안전하게 지켜주세요.”라고 순응하는 기도를 올리자 마음의 평안과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매일 아침을 금식하며 11시에 가정예배를 드리기로 다짐했습니다. 가정예배를 드린 지 3개월이 되던 날, 평소와 같이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갑자기 하나님께서 ‘앞을 못 보는 두 아이가 3일 만에 앞을 볼 것’이라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저는 의심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함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3일 후에 예배를 드리는데 정말 효근이, 혜선이가 성경책을 넘기면서 마치 뭔가 보이는 것처럼 ‘어 어’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놀라서 빨간 바가지를 가져와 아이들 눈앞에서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이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앞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너무 기뻐서 날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8개월이 지나자 아이들은 머리를 고정하기 시작했고 좀 더 시간이 지나자 안정적으로 앉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 혜선이는 걷게 되었고, 효근이도 두 손을 잡아주면 한 걸음씩 걷게 되었습니다. 할렐루야! 매일매일 감사의 기도가 절로 흘러 넘쳤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아 식당일을 하며 생활비를 벌어야 했기에 두 아이를 돌보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니 시간적으로 세심하게 돌볼 수 없게 되자 그나마 일상적 생활을했던 아이들이 대소변도 가리지 못해 기저귀를 차고 있고, 혜선이는 투석을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혜선이는 ‘어 어’ 하는 웅얼거리는 수준이지만 찬양도 하고 대표기도, 식사기도, 빠방기도(차량탑승시 안전운전 간구)도 잘합니다. 효근이는 매일 CTS 성서학당을 보며 말씀을 듣고 우리가 기도하면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해달라고 합니다. 두 아이에게 귀한 믿음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의 권사 임직식을 앞두고 있던 22년 12월 5일, 혜선이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먼저 천국에 갔습니다. 평온하게 잠을 자다가 하나님 나라로 갔는데 자는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 아름다운지요! 저는 혜선이 얼굴에 뽀뽀를 해 주고 천국으로 보냈습니다. 더이상 아픔과 고통과 슬픔이 없는 주님의 품에 안긴 것도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저는 부족하지만 장애인 선교의 사명을 가지고 교회에서 소망부(뇌병변장애인 예배공동체)를 섬기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손과 발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천국은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라 내 마음속에 주님이 함께 하고, 주님의 일을 생각하며 실천하는 삶, 그리고 범사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천국이라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