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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우리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느니라 (로마서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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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시아버님을 생각하면 제가 결혼하고 처음 맞은 생일날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시아버님도 며느리를 처음 맞아보시는 거라 예쁘고 또 아들 둘만 있는 집에 며느리가 들어오자 이것저것 해보고 싶으신 것이 있으셨던 것 같았습니다. 시아버님께 받은 생일 선물은 바로 쌀 항아리였습니다. 투박한 선물이지만 시아버님이 며느리에게 생일 선물을 해주신다는 것이 너무나 신선하고 행복했었습니다. 생일날 시댁 가족 모두 노래방에서 같이 웃고 노래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쌍둥이를 임신했을 때 예쁜 임부복을 사 입으라며 돈을 건네주시던 아버님의 따듯한 미소도 기억납니다.
첫 손녀이니 이름을 지어 달라고 부탁드렸더니 진즉부터 생각해놓으신 듯 바로 이름을 알려주시고, 쌍둥이가 태어나서 이유식을 시작할 때 사과를 숟가락으로 긁어 먹여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더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는데 선교지로 파송을 받은 후 카작흐스탄에서 6년을 지내게 되어 그러지 못함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제는 얼굴 뵙고 이야기할 수도 맛있는 음식을 서로 나눌 수도 없으니 아쉬움은 더 짙게 남습니다.
안식년 겸 신학 공부로 한국에 들어와 있을 때 시아버님의 암이 발견되게 하신 것도 2년의 치료기간 동안 아버님의 영혼 구원에 대해 더욱 간절함을 주셔서 눈물로 복음을 전하게 하신 것도 모두 하나님의 섭리였습니다. 남편이 옆에서 며칠이나마 병간호를 할 수 있었고 장례식에 모든 자녀와 쌍둥이 손녀들이 함께 참여 할 수 있게 하셔서 자식으로서 마음이 무겁지 않도록 섬길 수 있게 기회를 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만약 선교지에서 있다가 임종 소식을 들었다면 코로나19로 비행기도 바로 없었을 테고 더 막막했을텐데... 이 절묘한 타이밍을 주님께서 인도하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아버님은 뇌경색이 오시기 전날에 영접 기도에 ‘아멘!’을 하시고 그 다음날 아침에도 전화로 기도해 드리겠다고 해서 함께 기도를 마친 뒤, 또 아멘을 하셨는데 그 이후 10초 후에 시어머님께서 전화가 다급히 다시 와서 아버님이 경련을 일으키고 뇌경색이 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뒤로 일주일 동안 한마디 말도 못하신 채 무의식으로 계시다가 소천 하시게 되었습니다. 아버님은 단지 ‘아멘!’이라고 영접 기도를 하셨습니다. 그분이 어떤 마음으로 그 고백을 했는지는 모릅니다. 참회를 하거나 변화되신 모습을 보이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 후에 뇌경색이 오고 말았습니다.
구원은 행위로 받는 것이 아니고 오직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이고 선물이라는 에베소서 2장 8절 말씀을 의지하며, 장차 후에 천국에서 아버님을 만나게 된다면 정말 기쁘고 반가우리라는 소망을 갖게 됩니다.
시어머님께서 입관 예배 때는 오열을 하셨지만 그 후 교회에서 오셔서 인도해주시는 위로 예배와 발인 예배 때는 들려주시는 말씀과 찬송으로 위로를 크게 받으셨습니다. 유골을 안치하고 마지막으로 시아버님께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할 때는 “부활 때에 다시 만납시다”하는 시어머님 모습에서 주님께서 어머님에게 담대한 믿음을 주셨다고 여기며 참 감사했습니다.
시아버님과 생전에 마지막으로 나눈 전화에서 ‘걱정마라’ 하시던 목소리를 이제 더 이상 귀로는 들을 수 없지만 마음으로는 생생히 들립니다. 그리고 생전에 사주셨던 원피스를 입을 때마다 시아버님의 사랑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특별히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에 기도와 진심으로 슬픔을 함께 나누어주신 분들로 인해 저희 가족들은 마음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 교구와 사랑사역위원회 목사님, 구역 식구들, 그리고 비전 사랑부 선생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