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길목
구월의 결실을 수장시킨 하늘이
선뜻 밀려온 가을의 길목에서
청자빛 얼굴로 옷깃을 여민다
밤새 울던 귀뚜리 길섶에 잠들면
가녀린 코스모스 들녘을 흔들고
그윽한 국화향이 가슴을 메운다
무지개를 빚어서 산을 물들이면
행장을 차린 걸음 산길이 분주하고
으악새는 기슭에서 단풍노래 부른다
계절의 노을빛에 타오르는 잎새
뚝뚝 눈물되어 떨어지는 날
갈잎도 우수수 흐느끼며 떠나리니
가진 것 아낌없이 주고 가는 사랑
뱃장이 놀음속에 즐기고만 가니
이 한해도 빚진 삶 어찌하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