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날에
이대로 이 가을이 울다 지나 했는데
한가위 보름달은 놓칠 수 없더냐
높고 푸른 창공 시원하게 열고
추석길 가는 행렬 가슴을 펴게 하니
그나마 병든 계절 씻을 수 있어
향촌의 시름을 달랠만 하구나
그림처럼 떠있는 조각난 구름들
실개천 이루고 흐르다 사라지니
쪽빛 바다같은 가을색 하늘이
보름달 사랑을 떠오르게 해
보고픈 얼굴마다 함박꽃 피게 하고
더듬는 추억마다 여린 정 솟게 한다
가려도 갈 수 없는 잃어버린 고향
객고에 바람처럼 흩날리며 살았다만
길마다 도로마다 밀려가는 향수에
나그네 서린 정 마음만 들썽이니
본향길 가야 할 하늘의 백성들아
그나라 향기만은 두고 오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