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일기
아직도 정 자세
기합이 남은 걸음
목각처럼 바른 어깨
숙이지 않는 고개
가끔 마주치는
사관생 그 모습
그렇기에 뵐때마다
절로 오르는 거수경례
어쩔 수 없이 끌려간
학도병 왜군살이
대리전에 총알바지
마루타는 되지말자
다지며 이 악물고
총구를 겨누느라
감았다 뜬 눈이
굳어버린 노안
살아서 조국 위해
바쳐진 한 생애
백발에 새긴 영욕
토해내는 종군일기
돌아보니 참아 못 볼
일본군의 젼쟁 만행을
감출 수 없어 남기려니
치가 떨린다만
역사가 알아야 할
제국군의 잔악상
후손에게 고발코저
이 책을 남기려니
조국이여 민족이여
짓밟힌 삼십육년
한 민족의 설음을
아는가 모르는가
천하를 놓고 기록해도
못다 쓸 포악무도
뻔뻔하게 뒤엎고
재판을 꿈꾸는 일본제국
역사는 눈 가리고 면죄부 줬지만
살아서 남은 증인 이대로는 못 가
만천하에 고하고 초개가 되려니
하늘이여 보시고 밝혀주소서
"권석근 장로님의 민족혼을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