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에서
때아닌 겨울밤에 천둥소리
어둠에 갇힌 적막 깨지는 소리
단 한번 사자후에 하늘이 뚫렸나
차분해진 밤하늘에 눈발이 날린다
새벽길 첫걸음에 창밖을 보니
밤사이 소리없이 찾아오신 눈손님
티없이 하얀 융단을 깔고
지레 앞서 첫자국 남기라 하네
솜털처럼 부푼 설레임으로
부드러운 가슴을 밟으려 하니
조용하게 속삭이는 하늘의 음성
한해살이 남긴 자욱 돌아보라 하네
그대는 아는가
동지섯달 세모길에 눈오는 까닭을
힘들고 지친 삶 지나오느라
새해맞이 다짐은 오간데 없고
걸음마다 부끄러운 허물뿐이기에
백옥같이 하얀 하늘 사랑으로
포근하게 감싸안고 지우시느라
송이송이 부서져 내려오신 까닭을
그대는 아는가
하얀밤 성탄전야 기다리는 까닭을
나도 몰래 얼룩진 죄상의 흔적
숨길 수 없이 멍이 든 패배의 상처
새해 맞이 소망은 오간데 없고
돌아보니 얼룩진 눈물뿐이기에
양털처럼 하얀 구원의 손길로
덮으시고 도말하실 십자가 은혜를
성탄의 축복으로 받으려는 까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