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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자리

조회 수 254 추천 수 0 2006.08.23 17:17:02
빈 자리

2호선 순환 열차 러시아워 시간
밀고 밀리는 퇴근시간 전철 안
뒤엉키듯 얼키설키 숨막히는데

장애인석 세자리 중 비어있는 두자리
아무도 앉지 않고 눈길조차 없기에
왠일인가 궁굼해 자세이 보니

구석자리 짐짝처럼 구부리고 있는 사람
행색이 남루해 떼기름이 좔좔
숯검정한 몰골에 체취가 여껴워

누구라도 선듯 내키지 않아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느라
빼곡히 시달려도 앉으려 하지 않아

틈새를 밀고 가 다가 앉으니
히멀겋게 쳐다보고 고개 떨구는데
가늘게 느껴지는 앓른 소리

두터운 누더기 뒤집어 쓰고도
오열에 떨고 식은 땀이 맺힌데도
누구 하나 부축 해 줄 손길이 없어

망서리다 생목숨 잃을까 두려워
"사람살려" 고함치듯 소리 지르니
등 돌려 서있던 앞자리 젊은이

정거장에 멈춰 서자 어깨 메고 일어서
좁은 틈 헤집고 차밖으로 나가
공안원의 도움으로 119 기다리는데

무심코 지하철은 다시 움직이고
떠난 자리 그대로 비어 있기에
살며시 앉아서 눈을 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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