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마을 이야기
지난 여름 홍수에 뒷산이 무너져
두고 온 고향집 홀로 계신 노모
흙덤이에 깔려 사지를 넘겼다는데
기다렸던 제사처럼 울고 오는 장마에
올해도 어김없이 물 난리 겪을까봐
산사태 겁내며 뒷쪽만 지키는데
토사가 지레 알고 앞 개울로 밀려와
단장한 새집 문 거실로 파고 들어
엉겁결에 빈몸으로 지붕 위에 올라
잠기는 앞마당을 넋을 잃고 내려 보다
추녀 밑 차오르는 성난 물에 놀라
질퍽하게 주저앉아 발을 구르다
절로 미끄러져 흐르는 물에 떠내려
구급차도 못 타 보고 숨이 멎었으나
발인예배 들여야 할 마당조차 없었다 하네
집 떠난 외로움 모정으로 달래며
언젠가 때가 되면 모시려던 효심도
붉은 황토물이 앗아가 버렸는데
연중 행사가 된 수해 마을 재해
온다는 태풍 장마 기별을 듣고도
설마하는 자만에 하늘만 보다니
알면서도 못 떠나는 수재민의 아픔을
씻어 줄 묘안없는 이 세대의 무력함에
천재아닌 인재를 언제나 벗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