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령(鳥嶺)고개 넘는 길
가려도 갈 곳 없는 老心을 달래며
가을은 한사코 산을 타자 하네
어제 내린 늦 비에 구름도 멀어지고
바람조차 멈칫하는 파-란 하늘 보며
열리는 가슴에 햇살을 안고
쉬엄쉬엄 오르는 문경새제 고개 길
어느새 채색되는 단풍 물결에
녹음이 힘을 잃고 옷을 벗는데
소슬바람에 날리는 갈잎을 밟으며
눈물되어 떨어지는 옛정을 보내려니
흐르는 계곡 물 맑은 소리가
내님의 가락되어 세월을 거스르네
과거길에 웃고 울던 주막 터는 어디냐
왜병장 목을 치던 싸움 터는 어디냐
진을 치던 관문마다 활 구멍은 어설퍼도
살아 남은 백의의 얼 하늘의 가호로다
한서린 백성의 수난을 안고
쇠하고 성하던 시대를 엮는
태조 왕건 촬영장 두루 돌아보다
영욕(榮辱)의 무상함을 가슴 깊이 새기고
가을 빛 짙어가는 산을 내려오다
능금밭 빨간 사과 아사삭 깨물고
쫓기는 귀가길에 늦 참을 나누고
밀리는 차길 따라 돌아온 하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