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벌초를 하며
어머니 계신 곳에도
가을이 왔습니다
떠나온 고향 살이 차마 잊지 못한 어머니
빈터만 보이면
살맛나듯 곡식 뿌리며 가꾸고
우리는
고생스럽고 촌스러움이 안타까워
싸우면서 말렸는데
어느 날인가
아들아 땅 몇 십평만 있으면
어미는 농사지어 좋겠다하셨는데
외식 같은 청빈 내세워
우리는 땅 가질 수 없습니다
거절하고 아직까지 그 소원 들어드리지 못했습니다
어머니
그토록 땅 그리워하시더니
한 평도 안 되는 땅에 누워
이제야 그 한을 푸셨습니까
지금은
씨뿌릴 땅도 농기구도 족히
구해 드릴 수 있는데…
벌초 왔던 아들은 뒤돌아보며
눈물 흘리고 갑니다
어머니
정말 죄송합니다
-여러분의 목자 고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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