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거리
창세기 12:1에서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어디로 갈지 정확하게 알려 주시지 않으면서, 무조건 삶의 터전을 버리고 모호한 길을 떠나라고 명령하십니다. 하나님의 인도는 모호할 때가 참 많습니다.
이 모호한 길을 걸으면서
아브라함에게도 의심과 회의가 들었을 것입니다.
백세에 낳은 아들 이삭은 하나님이 주신 약속의 상징입니다. 이 약속의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는 것은 모든 약속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브라함은 모호한 길을 묵묵히 걸어갑니다.
어디로 가야 할 지, 구체적인 방향도 모르는 모호한 길을 걸어가며, 내면에서는 낯선 하나님의 모습 때문에 의심과 회의가 소용돌이칩니다.
아브라함은 여기에서 믿음의 중요한 모습을 가르쳐 줍니다. 신앙인이란 이렇게 모호한 길을 하나님과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삶에서 확실한 것을 추구할 때가 많습니다. 확실함만 추구하는 사람은 인생의 모호한 길을 걸어갈 줄 모릅니다. 하지만 인생에는 모호한 길을 걸어가야 할 때가 많습니다.
믿음이란 인생의 모호한 길을 만날 때, 그 길 위에 하나님이 함께하심을 믿으며, 하나님과 함께 걸어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아브라함이 보여준 모호함의 영성입니다.
인생 여정에서 갈 바를 모르는 길을 만날 때,
하나님이 그 길 위에 함께 계심을 기억하십시오. 주위에는 온통 불확실함이 가득하고, 내면에는 회의와 불안이 불 일 듯 일어나지만, 함께하시는 하나님과 함께 모호한 길을 걸어가는 모험을 감행하십시오.
이삭이 배운 아브라함의 영성의 또 다른 모습은
“신뢰의 영성”입니다. 모호한 길을 걸어가며,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창세기 22장에서 이삭이 아버지에게 “번제할 어린 양은 어디 있나이까?”라고 묻습니다. 이삭은 자신이 제물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이런 질문을 합니다. 그때 아브라함이 대답합니다.
“내 아들아, 번제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자기를 위하여 친히 준비하시리라”(창 22:8).
아브라함은 아들에게 “네가 바로 그 번제물이다.”라고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하나님이 준비하실 것이라고 얼버무리지만, 아브라함은 실제로 자기 아들을 제물로 드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하나님이 주신 약속은 어떻게 됩니까? 후손이 밤하늘의 별과 같이 많고, 아브라함은 복의 근원이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약속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아브라함은 이삭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약속은 여전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은 모릅니다. 단지 아브라함은 신뢰하고 있을 뿐입니다.
창세기 22:8을 묵상하면서 구약성서학자 월터 부르그만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신뢰할 수는 있는 분”(Inscrutable but reliable)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아들을 바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이해되지 않지만, 하나님은 신뢰할 수 있는 분이라는 확신에 의지해 아브라함은 나아갑니다.
이것이 아브라함의 믿음입니다.
이용규 선교사는 『기대』라는 책에서 헬렌 로즈비어 선교사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1960년대 콩고에서 내전이 일어났을 때, 감옥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었던 로즈비어 선교사가 이런 고백을 합니다.
“하나님, 저는 하나님의 뜻이 다 이해되지 않고,
지금 나의 고난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퍼즐의 한 부분이라면, 하나님, 감사합니다.”
로즈비어 선교사가 보여준 것은 바로 신뢰입니다.
인생은 하나님이 맞춰가시는 퍼즐임을 신뢰한다면, 지금 자신의 고난이 퍼즐의 어떤 조각이 맞추어지고 있는 것인지 몰라도, 하나님의 신비한 인도를 신뢰하며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삶에서 때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신뢰할 수 있는 분이신 하나님”을 의지해야 합니다. 우리를 시험하시고, 가져가시고, 약속을 폐기하시는 낯선 하나님을 경험할 때가 있지만, 하나님은 이 낯선 방법 속에서도 우리를 위해 일하시는 분임을 신뢰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 롬 8:28 ).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인생의 모호한 길을 걸어가는 것이 바로 믿음의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