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디에서 오는가....
한껏 물 오른 개울가 버들강아지에서
이겨내기 버거운 오후 한때 졸음에서
밑등 훤히 드러낸 시커먼 김장독에서
하지감자 종자 심는 아낙네의 부산한 손잣에서
양지 바른 담벼락 밑 보랏빛 개불알꽃에서
캠퍼스 유유히 떠도는 한 마리 노랑나비에서
외진 산사 아늑히 휘감는 홍매화 향내에서
봄나물 캐러 나온 아줌마의 호들갑스러운 웃음소리에서
그렇게 기다리던 봄, 오는걸까.
봄은 언제 오는가...
남녘의 연푸른 보리밭 잔잔히 물결칠 때 .
동쪽 밤하늘 목동별 처녀별 유난히 반짝일 때.
논두렁 밭이랑에 한 송이 냉이꽃 소담하게 고개 내밀때.
갯마을 해뜰녘에 바다 안개 부쩍 피어오를 때.
내딛는 걸음 맞춰 신발 밑창에 붉은 흙 올라올 때.
무거운 솜이불 차 버리고 잠자다 감기로 시달릴 때.
베란다에 널어놓은 빨래가 황사로 망쳤을 때.
총총걸음으로 앞서가는 아가씨 연분홍 치마가 흩날릴 때.
그때.
그렇게 기다리던 봄. 오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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