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계절
산에도 들에도 피어나는 계절
시샘하는 바람때문에
꽃을 빼앗겼다
개나리 유채꽃 노랗게 피어나
길섶따라 흔드는 펑화의 물결도
생명권 지키느라 거리를 메우는
촛불시위에 꽃을 빼앗겼다
진달래 철쭉도 햇살에 웃으려다
치솟는 기름값 부추기는 물가에
생존권 지키느라 웅성거리는
파업의 물결에 꽃을 빼앗겼다
목련꽃 라일락 하얀 가슴에
티없이 맑은 사랑을 심으려다
성폭행 제물되어 새순이 꺾이던 날
성난 우박비에 꽃을 빼앗겼다
못다한 열정에 빨게진 장미
계절의 여왕답게 정염을 사르려다
'스촨성'지진에 날벼락 맞고
북녘땅 굶주림에 꽃을 빼앗겼다
하늘도 찌푸린 회색구름에
잠못드는 밤하늘이 촛불을 밝히고
오리무중 끝이 없는 정국을 깨우느라
계절을 짓밟고 몸부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