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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장애주일)

조회 수 275 추천 수 0 2008.04.23 09:22:31
미안합니다

4월이 되면
새벽을 오르는 물안개가
버려진 실개천에도
메밀꽃처럼 하얗게 피어오르고
산에도 들에도 만발한 꽃들이
보탬도 숨김도 거짓도 없이
온맘을 열고 활짝 웃는 미색을
나눠야 할 당신은 보지 못하고
덤으로 사는 부질없는 목숨만이
혼자서 보고 있어 미안합니다

4월이 되면
아침을 부르는 새들의 창화소리
초목을 깨우는 바람부는 소리
지각(地覺)을 흔드는 개울물소리
들녘마다 능선마다 풀빛으로 살아나고
이른꽃 시든 자리 파란잎 돋아나고
만물이 숨쉬며 격동하는 소리를
들어야 할 당신은 듣지 못하고
무지렁이 청력에 울리는 하모니를
혼자서 듣고 있어 미안합니다

4월이 되면
산까치 집비둘기 노래부르고
강물도 소리내고 풀벌레 울고
등산객 야호소리 울렁이는 메아리
때마춰 달라진 정치판의 허튼 소리
세상을 뒤바꿀 듯 허풍떠는 소리
그 속에 살아있는 미물같은 생명
바른소리 하늘소리 진리의 말씀을
한번도 못 외치고 거짓만 고하니
입술만 들먹이며 애태우는 당신께
사랑한다 말도 못해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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