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대학 생일마당
노인대학 한마당 생일 잔칫날
하회탈을 뒤집어쓴 곰삭은 얼굴들이
함지박 웃음을 나누는 하루
속절없이 드러나는 주름골마다
궂은날 맑은날 그려내는 기상도에
화문석 돗자리를 까는 날
애타던 가슴속 깊은 구석에
아직도 살아있는 불씨를 달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되고 싶고
속앓이에 응어리진 가슴을 열고
주지못해 넘실대는 사랑의 물결로
미움도 다툼도 쓸어내고 싶다만
마른나무 가지되어 뒤틀리는 손과 발
우두둑 소리나는 등 굽은 허리로는
통아저씨 춤밖에 보일 것이 없고
자갈밭 구르듯 삐걱대는 하모니는
한박자 앞서가는 노랫말을 놓쳐
뒷북을 치느라 히죽거리고
무뎌진 맷돌에 톱날마저 잃어
턱주발 놀리느라 입은 바빠도
돌아갈 버스를 놓치고 마는구나
서산에 머문 노을 갈길은 바빠도
못다한 한마디 남기고 싶다면
나라 뺏긴 설움을 새기자 이르고
마지막 바라는 소원이 있다면
북녘땅 내동포 어서 만나서
주님나라 이뤄지는 조국이 보고싶네
보릿고개 넘나들던 가난도 이겨내고
개처럼 끌려다니던 왜놈도 몰아냈고
동족간에 피흘리던 아픔도 삼키며
지켜온 이 강산 공해천국이 웬말이냐
시궁창된 하천마다 악취가 역겹고
독극물에 중독된 들판이 가엽구나
쪽방에서 숨진 노모 여섯달만에 찾는 여식
관광을 빌미삼아 버려진 늙은이
자식에게 매를 맞는 참아 못 볼 아버지
화산처럼 터지는 울분에 땅을 쳐도
못본채 고개 돌리는 막가파 세상
믿을 곳 없어 찾아온 제일동산에서
하나같이 반겨주는 하늘사랑에
시름을 내려놓고 한바탕 웃고나니
천국의 기쁨이 절로 솟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