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애워니아
누가 텅 빈 하늘이라 했는가
어찌 하늘을 허공이라 하는가
생명의 숨결이 큰 숨을 내뿜고
생기의 원천이 꿈틀거린다
봄꽃을 간지르던 산들바람이
열기로 더덕진 먹구름 휘감고
부릅뜬 눈으로 대기를 흔드니
겁먹은 풍랑이 멀미를 토하고
성난 폭군 되어 광고판 목을 치니
동강난 전봇대 정전 소동 벌리고
뿌리를 들고 넘어진 산비탈 나무마다
향수어린 고향집 지붕 깔고 쓰러지네
소리없던 보슬비 애워니아 등을 타고
돌돌 말려서 광난의 춤을 추니
총구 없는 사슬 되어 쏟아붓는 폭우
비탈진 산허리 무너지는 토사에
진흙탕 물살이 문전옥답 밀어내고
뚝방도 포장길도 뻘밭이 된 채
계곡마을 냇가동네 물바다에 갇히니
졸다가 헛발 딛다 살림 챙기려다
순식간에 떠내려가는 애처러운 목숨
과수원 비닐하우스 융단 사격에 죽탕되고
축산농가 돼지 떼 물섬에 떠 있네
위 아래로 오락가락 게리라성 물폭탄에
미사일도 헛되고 핵우산도 못 막아
천둥번개 요동치는 하늘만 쳐다보니
천재다 인재다 핑게 찾는 뒷북치기
누가 텅빈 하늘이라 했는가
어찌 하늘을 허공이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