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명상] 치솟는 화, 숨 가다듬으며 다스려요
[한겨레 2005-11-16 14:27]
[한겨레] 누구나 감정에 휩쓸릴 때가 많습니다. 특히 ‘화’가 날 때 그렇습니다. ‘화’와 관련된 우리말은 참 재미있습니다. 다른 표현도 있지만 ‘화가 나다’와 ‘화를 낸다’는 표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지하철에서 누가 등이나 머리를 치고 지나가면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납니다. 발을 밟고 지나갈 때도 그렇습니다. 누구나 가슴속에서 화가 솟아납니다.
문제는 다음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저절로 생겨난 화를 넘어 주체적으로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아니 지하철에서 발을 밟아놓고 사과도 하지 않고 지나가?’
한번 화를 내면 불붙은 장작처럼 화의 불길은 잘 꺼지지 않습니다. 거꾸로 걷잡을 수 없이 타오릅니다. 화가 치미는 거지요. 심할 경우 마음에 앙금이 남이 한참 시간이 지나도 그때 생각만하면 화가 나곤 합니다.
하지만 화는 내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해를 끼칩니다. 화를 낼 때 우리 몸에는 강력한 독성을 가진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물질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화가 내뿜는 나쁜 기운도 자기 몸을 먼저 거쳐 남에게로 전달됩니다.
화가 날 때 숨에 마음을 두는 연습을 해보세요. 한숨을 내쉰 뒤 잠깐 동안 숨이 드나드는 것을 지켜봅니다. 이어 화가 나게 된 상황을 살펴봅니다. 그때 이해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복잡한 지하철 안을 지나가다보면 부딪힐 수도 있겠구나’ ‘발을 밟은 줄을 몰랐나봐’. 그런 마음이 들면 화의 불씨는 금세 사그라듭니다. 이런 연습을 조금씩 하다보면 ‘화’의 기운이 가슴에서 피어오르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내 것이 아닌 어떤 이물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무심하게 지켜보면 화는 쉽게 사라집니다. 앙금도 남지 않게 됩니다.
권복기 기자